지난 2월 8일 <경향게임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A게임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충격적 고백을 털어놨다. 그의 양심고백에 따르면 A사는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사이트 시세에 따라 각 서버별 게임머니 시세를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회사 측은 게임 내 밸런스 조정을 위한 ‘단순한 패치였다’고 발뺌하고 있지만, 그의 생생한 증언과 <경향게임스> 자체 취재에서 나타난 결과 사실임이 증명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A사 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아이템 현금거래 시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 겉으로는 아이템 현금거래 반대를 표명하고 있지만, 시세 조작으로 아이템 현금거래를 유도하는 이중적인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경향게임스>는 국내 게임사 현거래 시세조작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쳐봤다.
- 매주 운영팀 회의를 통해, 아이템시세 조정
- 현금시세 낮은 서버 아이템 드랍률·인챈트 하향 패치
국내 대부분 게임사, 시세 조작한다!
A게임사에서 게임운영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J씨. 그가 맡고 있는 D서버는 현재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아이템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한달 전과 비교했을 때, 동일 아이템 가격이 1.5배나 급등했다.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사이트에서 D서버의 게임머니 시세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A게임사는 D서버의 게임머니 회수조치를 명령했다. 몬스터 아이템 드랍률을 낮추고 인챈트 성공 확률도 대폭 낮췄다. 이 밖에도 게임머니를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J씨는 “매주 회의를 통해, 각 서버별 아이템 현금거래 시세를 파악하고 있다”며 “게임머니 시세가 떨어질 경우 비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비상체제에 돌입한 서버는 특별관리 대상으로 분류, 게임머니 회수에 전력을 다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때는 게임머니 회수에 전력을 기울이지만, ‘디플레이션’ 현상의 경우 방관한다는 점이다. 즉, 게임머니 시세가 떨어질 경우에만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이유로 ‘접속자수’를 꼽았다. 게임머니 시세와 접속자 수는 비례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
실제로 한 전문가는 5개의 게임 서버 접속자 수를 파악한 결과, 동일한 게임이라도 서버에 따라 게임머니 시세가 높을수록 접속자 수가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를 증거로 내세웠다. J씨는 “접속자 유지를 위해 게임시세를 게임사에서 조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게임머니) 시세가 비싼 곳은 그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결국 설마 했던 유저들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유저들은 게임사의 시세 조작에 대해 의심해왔지만, 명확한 물증이 없어 발만 굴렀던 것이 사실이다. J씨는 “A사 이외에도 대부분 게임사에서 게임머니 현금거래 시세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혀 파장이 게임업체 전체로 확산될 조짐이다.
밸런스 조절? 사기다!
게임사 측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서 극구 부인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게임 내 밸런스를 위한 작업이었다”며 “시세 조작은 없다”고 사실을 부인했다. 이에 <경향게임스>는 J씨가 제보한 D서버에서 인챈트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타 서버에 비해 약 30%나 확률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정황에도 A사 측은 “인챈트의 경우 확률”이라며 “경우의 수가 적으면 어떤 서버에서도 차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유저들의 의견은 달랐다. D서버 몬스터의 아이템 드랍률을 비롯해, 게임머니가 갑자기 줄어들었다는 것이 중론. 트릭스라는 아이디의 유저는 “같은 사냥터에서 노가다를 한달 넘게 하고 있지만, 매주 확연하게 아이템과 게임머니 드랍이 줄어들었다”며 “체감상 50% 이상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챈트 확률 역시 확연히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A사의 게임뿐만 아니라, 타 온라인게임에서도 서버별로 시세 차이를 느낀다고 유저들은 입을 모았다. 온라인게임 유저 김시환(32, 자영업)씨는 “게임머니 시세에 따라서 게임사의 수익이 변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게임사들은 분명 게임머니 현금거래에 대해서 자체적인 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게임사들의 게임머니 시세조작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유저들은 극도의 분노를 표출했다. 소수점이라는 아이디의 유저는 “게임머니 시세 조작이 사실이라면 그 동안 유저들을 우롱한 것”이라며 “소송을 해서라도 잘못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동안의 피해보상까지 확실하게 집고 가야한다”고 덧붙였다. 게임분쟁연구소 정준모 변호사는 “게임사의 시세조작으로 유저들이 피해를 봤다면 분명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정확한 증거가 있을 시에 형사소송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 게임사 측 “단순 게임 내 밸런스 조정을 위한 패치” … 유저 “명백한 사기 행위”
- 아이템 현금거래 금지 입장 고수와 다른 이중적 잣대 충격
게임사의 두 얼굴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서 국내 게임사 대부분이 ‘규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내에서 게임머니 시세 조작을 하면서 유저들을 기만했다. 겉으로는 사회 도덕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실질적으로 자사의 이익 창출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게임업체들은 ‘아이템 현금거래 법적규제’에 대한 정당성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게임분쟁 연구소 정준모 변호사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조장해왔다는 증거가 명백하게 나타났다”며 “아이템 현금거래에 규제를 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한 정당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게임사들은 현금거래를 반대했을까. 전문가들은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급속도록 퍼진 게임 내 작업장이 그 이유. 최근 인기 온라인게임 내 작업장의 활성화로 게임머니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게임 내에서 유통되고 있다. 게임사들의 시세 조절이 마음대로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게임사들이 아이템 현금거래 반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둘째,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 과열 현상에도 불구하고 몇몇 온라인게임에 유저들이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인기 온라인게임에서 그 동안 유저들이 이룩한 성과가 돈으로 환산되면서 유저 이동을 저해하고 있다. 이에 게임사들은 현금거래를 표면적으로 금지시켜서 유저 이동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속셈이다.
게임 평론가 정제훈 씨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접속자 수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게임사들의 숙제”라며 “게임머니, 아이템 시세 조정은 유저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중요한 편법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시세조작으로 인한 유저들의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게임사들은 행위는 횡포”라고 지적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게임사들의 횡포는 유저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의 양면성에 대해 정제훈 씨는 “게임머니 조작이 아닌, 게임성으로 승부를 봐야할 시점”이라며 “편법보다는 정당한 방법으로 유저를 유치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유저들에게 신뢰를 잃고 아이템 현금거래 규제에 대한 정당성까지 잃어버린, 게임사들이 과연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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