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서부개척지대
황량한 모래벌판에 잡초덩이만 간간히 노랗게 올라있다.
내이름은 인서.
혈기왕성한 꽃다운 20살이란 나이에 꿈이 많은 소년이지만, 조직에서는 no.8로 통한다.
현재 우리 조직은 서부개척지대 정찰대라는 임무를 부여받아 대부 no.1과 구릿빛 피부가 인상적인 정찰병 no.7과 동행중이다.
정찰병은 예로부터 적 시야에서 사라지는 기술 ‘스텔스’에 능한 자로 위임했다.
“전방 500m에 적으로 보이는 1Party(의역 : 8명으로 구성된 무리) 서쪽으로 이동 중”
가장 앞서 발견한 구릿빛 피부의 no.7이 그의 낮은 음성으로 전했다.
“위험 정도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귓가에 들리는 간략한 대화, 왠만하면 피하고 싶다.
쓸모없는 싸움은 오히려 피를 본다는 생각뿐이다.
“매복해서 상태를 지켜보자. no.7은 계속 주시하도록!”
구릿빛 피부의 no.7의 능력은 보통의 사람보다 빠른 발과 넓은 시야가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돋보인다.
“적으로 보이는 1Party는 약 800m 벗어났습니다.”
“그럼, 계속 전진해볼까?
“no.1 잠깐!! 아까 그 Party 이쪽을 향하고 잇습니다!”
“뭐? 들킨 건 아닐 테고, 상황은? 더 자세한 상황을 말하게!”
“거리는 약 600m, 이동 속도로 보아 전방에 4명! 로그로 판명, 후방에 4명 로그는 아니지만 확이불가!”
“녀석들 눈치하난 빠르군! 로그라면 들킬 수 있어. 워낙에 휑한 벌판이니깐...”
no.1은 자연스레 넓은 등판에 매고 있던 80근의 큰 장창 ‘렙터’를 꺼내 날을 세운다.
no.7 역시 ‘ㄹ' 모양으로 날이 제대로 선 단검 ’샤드‘ 두 자루를 벨트에서 들추는데,
싸움은 싫진 않다. 다만.......
하는 수 없이 나의 방패 ‘키틴쉴드’를 땅에 꽂고 주머니에서 이동속도 증가 스크롤을 꺼내 찢어 태웠다.
“가장 빠르게 접근하는 녀석에게 ‘페러사이드’를!”
no.1이 말한 ‘페러사이드’란 상대방에게 피를 증폭시켜주는 원래 치료계열 마법이였지만, 전쟁이 잦아지고 기술도 발전해 현재 저주계열 마법 중 가장 효과적인 주문으로 변해있었다.
“거리 100m 시전 완료!”
가장 먼저 달려 나간 no.7은 스텔스를 풀지 않은 채 숨죽여 다람쥐마냥 날쌘 행동하였다.
옆에는 크게 한숨을 쉰 no.1이 no.7과 반대로 자리에 덩그러니 앉아 버리며 명상을 하는 게 아닌가? 워낙에 많이 접한 행위라 당황스럽진 않다.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거리 근접! 접전 준비!”
“(피로 계약하노라!) 페러사이드!”
주문을 외움과 동시에 no.7은 상대 로그의 복부를 정확히 찔렀다. 이어 no.1은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디센트’라는 순간 이동 기술로 접근해 no.7이 찌른 상대에 어깨를 정확히 내려찍었다.
역시나 적은 비명소리 내지 못한 채 분수처럼 퍼지는 핏방울과 함께 쓰러졌다.
이 기세에 놀란 나머지 3명의 로그들은 주춤하는 듯 했지만, 아군을 당해 분노하였는지 Party의 중심인 나에게로 독한 눈을 돌렸다.
Party의 중심은 언제나 사제나 마법사이다. 하지만 가장 나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후방 4명 거리 근접!”
“(절망으로 절규하라!) 서브사이드!”
일단 공격 중심인 로그에게는 힘의 근본을 하락시키는 ‘서브사이드’의 주문으로 순간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서브사이드는 중추 신경으로부터 말초 신경까지의 전달을 막음으로 생기는 생리적 저주이다.
“(너의 영혼을 사죄하라!) 토먼트!”
연이은 저주계열 주문, 중추 신경을 마비시키는 주문이다.
나에게로 접근하려던 로그들은 저주로 인해 우왕좌왕은 곧, no.1의 날랜 동작으로 피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현재까지는 유리하다. 하지만 보조전투요원이지만, 마법계열의 적이 후방에서 지원한다면 확실히 불리해진다.
“후방에 있던 적! 사제 2명, 마법사 2명으로 판정!”
예상했던 것처럼 이대로 지속되면 no.1이 아군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판단하길 바랄 뿐이다.
워낙에 호전적인 성격소유자라 도망이란 생각은 웬만해서는 안 할 테지만, 더구나 도망을 갈수도 없다! 캠프까지는 적어도 10km, 더구나 동시에 귀환스크롤을 쓸 만큼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다.
악조건이다.
“no.8 좌현으로 이동해서 적진 깊숙이 들어가라!”
멀리서 들리는 no.1의 목소리는 마치 철과 철이 맞부딪치는 소리 같다.
이 소리는 태풍의 눈이라고 오히려 안전한 지역일 수 있다고
난, 굳이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구릿빛 피부가 붉게 물든 no.7의 눈동자가 한 지점에 꽂힌다.
“(피로 계약하노라!) 페러사이드!”
구릿빛 피부의 그, 숙련된 로그에게만 주워진다는 최고의 기술 ‘크리티컬 포인트!’
순간적으로 상대의 허점을 파악하여 급소만 노리는 얍삽한 기술이기도 하다.
그리고 칼부림의 정석을 하사하는 no.7!!
바람 가르는 소리는 저주가 해독되지 않은 상대 로그의 무릎을 순식간에 꿇게 만들었다.
‘두. 명. 째.’
마음속으로 세는 순간!
‘찌르르르...’
몸은 아찔하였다!
상대 마법사의 전격 계열 마법 중 구체 모양의 ‘썬더 임팩트’가 내 전신을 강타 한 것이다.
짜릿하지만, 견딜 만은 하다. 가끔씩 신체구조상 전신이 마비되는 부위에 강력한 전류가 흐르면 마비증세가 일어나지만, 지금은 아니다.
no.1은 내 기책을 느꼈는지 거대한 ‘렙터’로 복수하듯 상대방 마법사의 목을 겨누었다.
하지만 기세에 눌릴 상대가 아닌 듯 보인다. 오히려 지팡이에 기를 심어 점점 내게 다가오는데...
‘챙. 챙. 챙.’
시간이 지남에 내 방패를 향한 스파크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이 일어나고 있다.
급소를 피하려 방패 막음에 연연할 수밖에 없어 손가락 마디마다 전율이 흐fms다.
상대 마법사들은 약 올리듯이 서로 ‘소환’해가며 no.1의 분노로부터 위기를 모면한다.
접전한지 3분이 넘게 지났더니 no.1, no7도 기력이 다한 듯 보인다.
저주계열의 마법 없이는 적의 목을 베기에 무리인 듯싶다.
우리 조직은 정찰대로 3개조 편성되어 중앙을 비롯해 좌측과 우측에 3km씩 간격을 두고 이동 중이라 넓게 정찰할 수 있지만, 3km는 눈으로 피·아식별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은, 날리는 흙먼지를 보고 지원의 손길을 바랄 수밖에...
접전 5분 경과.
나의 실수로 우측 옆구리에 살짝 베인 상처로 겉옷에 출혈의 흔적이 확연하게 들어났다.
상대 사제의 저주계열 마법능력이 낮아 치명상은 피해 그나마 다행이다.